NCT 도영과 ATEEZ 최 산

에피소드 3. 닫히지 않은 옥상문

연습이 끝난 시간은 새벽 1시 20분이었다.

나는 텅 빈 연습실 바닥에 앉아 풀린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먼저 숙소로 돌아간 줄 알았던 필릭스가 문밖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우주야, 아직 여기 있었어?”

“응. 조금만 쉬었다가 가려고.”

필릭스는 무언가 말하려다 연습실 천장을 한번 올려다봤다.

“현진이 형이 옥상에 있어.”

“현진이가?”

“아까부터 혼자 있더라. 네가 한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필릭스는 먼저 내려가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옥상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현진은 난간 앞에 서서 불이 꺼진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현진아.”

내 목소리를 들은 현진이 천천히 돌아봤다.

“왔네.”

“필릭스가 네가 여기 있다고 해서.”

“용복이가?”

“응. 무슨 일 있어?”

“없어.”

“없는 사람 표정이 아닌데.”

현진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우주야, 그냥 들어가.”

“내가 들어가라고?”

“아니. 내가 들어가려고.”

그렇게 말했지만 현진은 옥상문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먼저 가. 나도 곧 내려갈게.”

현진의 얼굴이 굳었다.

“진짜 가라고?”

“네가 들어가려고 했다며.”

“나는 네가 잡을 줄 알았어.”

“뭐?”

현진이 답답한 듯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너는 항상 용복이 말만 듣잖아.”

“갑자기 필릭스 이야기가 왜 나와?”

“오늘도 용복이가 말해서 올라온 거잖아. 네가 나를 걱정해서 온 게 아니라.”

“그게 그렇게 중요해?”

“나한테는 중요해.”

현진은 평소 나에게 조심스럽게 사용하던 존댓말을 완전히 버린 채 말했다.

“우주야, 나 계속 기다렸어.”

“뭘?”

“네가 먼저 나를 찾아오는 거.”

바람이 세게 불어 현진의 셔츠 자락이 흔들렸다.

“연습이 힘들 때도, 평가가 망했을 때도 넌 항상 용복이부터 챙겼잖아.”

“필릭스는 티가 많이 나니까 그렇지.”

“나는 티를 안 내면 안 힘든 사람 같아?”

그 순간 옥상문이 열렸다. 필릭스가 따뜻한 음료 두 개를 들고 서 있었다.

“두 사람 아직 여기 있었네.”

현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먼저 간다면서.”

“우주 혼자 내려오는 게 걱정돼서 기다렸어.”

“역시 다정하네.”

말은 부드러웠지만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필릭스가 나와 현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잠깐 나가 있어 줄래?”

현진의 말에 필릭스가 멈칫했다.

“내가 나가야 해?”

“응. 부탁할게.”

필릭스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음료를 옥상문 옆에 내려놓았다.

“알겠어. 우주야, 끝나면 불러.”

문이 닫히자 현진이 내 앞에 섰다.

“이제 대답해.”

“무슨 대답?”

“나랑 용복이 중에 누가 더 좋아?”

“그걸 왜 지금 물어봐?”

“지금 아니면 못 물어볼 것 같으니까.”

나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현진은 내 침묵을 대답으로 받아들인 듯 고개를 숙였다.

“됐어. 먼저 갈게.”

그가 내 옆을 지나쳤다. 나도 모르게 현진의 손목을 붙잡았다.

“가지 마.”

현진이 멈췄다.

“우주야.”

“나도 아직 모르겠어.”

“뭘?”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아니면 둘 다 잃고 싶지 않은 건지.”

현진은 한동안 내 손을 내려다봤다.

“그럼 네가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릴게.”

“얼마나?”

“네가 먼저 나를 찾을 때까지.”

그때 닫힌 옥상문 너머에서 필릭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주야, 괜찮아?”

나는 현진의 손목을 놓지 못한 채 문을 바라봤다.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날 이후 우리 셋이 예전처럼 웃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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