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EP.01 — 3번 연습실의 불빛

▎ 등장인물(가칭): 하린(리더·보컬) / 세아(메인댄서) / 유나(막내·랩) / 지원(보컬) / 소이(서브보컬·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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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7월의 서울은 밤에도 식지 않았다.

지하 2층 복도 끝, 3번 연습실만 불이 켜져 있었다.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깜빡이는 소리, 낡은 에어컨이 끙끙대는 소리,

그리고 스피커에서 열두 번째로 흘러나오는 같은 여덟 마디.

"다시."

세아가 리모컨을 눌렀다. 음악이 처음으로 되감겼다.

"세아야, 벌써 열두 번째야."

하린이 벽에 등을 붙인 채 물병을 굴렸다. 땀에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붙어 있었다.

"열세 번째 하면 돼."

"그 대답 오늘만 네 번째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던 유나가 손만 들어 올렸다. "언니, 저 이제 다리가 제 다리 같지가 않아요. 남의 다리 빌린 것

같아요."

"그럼 그 남의 다리로 춰."

"세아 언니 너무해……"

지원이 웃음을 터뜨리며 유나 옆에 주저앉았다. 다섯 명이 들어와도 넉넉하던 연습실이, 이상하게 오늘은 좁게 느껴졌다.

정확히는 — 한 명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2

소이는 문가에 서 있었다.

거울 앞까지 나오지도, 나가지도 못한 채였다. 오늘 아침 회사에서 통보를 받았다. 다음 달 데뷔 조에 합류하게 됐어.

오늘부터 연습 같이 들어가.

한 문장이었다. 그 한 문장이 3년을 뒤집었다.

3년 동안 소이는 늘 반 발짝 밖에 있었다. 평가 때마다 "괜찮은데"로 끝나는 아이. 나쁘지 않아서 잘리지 않고, 특별하지

않아서 뽑히지 않는 아이.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완성된 네 명 사이에.

거울 속에서 네 사람이 웃고 있었다. 몇 년치의 농담이 오갔다. 소이만 그 농담의 앞부분을 몰랐다.

"저기……" 소이가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될까요. 안무를 아직 다 못 외워서, 괜히 흐름 끊길까 봐."

잠깐 정적이 흘렀다.

세아가 리모컨을 내려놨다.

"소이야."

"네."

"이리 와서 가운데 서."

"……네?"

"가운데. 3번 자리."

소이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3번 자리는 센터였다. 센터는 — 거울에서 자기 얼굴이 제일 크게 보이는 자리였다.

"저 아직 동선도 모르는데요."

"모르니까 가운데 서야지." 세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구석에 서면 아무도 네가 어디서 틀리는지 못 봐. 그럼 아무도 못

고쳐줘."

"틀리는 걸 보여드리라고요?"

"응."

"그건 좀……"

"창피해?" 세아가 물었다. 놀리는 말투가 아니었다. 진짜로 묻는 얼굴이었다.

소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3

하린이 몸을 일으켰다.

"소이야. 나 데뷔 조 처음 들어왔을 때 얘기 해줄까."

"……네."

"연습실 들어오자마자 오디오 잭에 걸려서 넘어졌어. 마이크 스탠드 다 쓰러뜨리고. 그때 이 방에 열두 명 있었다."

유나가 벌떡 일어났다. "그거 진짜예요?"

"진짜야. 그리고 그 열두 명 중에 지금 여기 남은 사람, 나 혼자야."

연습실이 조용해졌다. 에어컨 소리만 났다.

"근데 나는 그날 넘어진 게 창피해서 남은 게 아니야. 넘어지고 나서 열두 명이 다 웃었는데, 그중에 한 명이 손을

내밀었거든." 하린이 세아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쟤야.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하셨는데요?"

"'일어나. 아직 여덟 마디 남았어.'"

세아가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그런 걸 기억해."

"기억하지, 그럼."

하린이 소이 앞으로 걸어와 손을 내밀었다. 3년 전 그날의 재연처럼.

"소이야. 우리 넷이 완성돼 있어서 네가 끼어드는 게 아니야. 네가 없어서 계속 안 맞았던 거야."

"……"

"진짜야. 우리 이 파트 여덟 마디, 두 달 동안 못 맞췄어. 가운데가 비어 있으니까 다들 서로 눈치만 봤거든."

지원이 옆에서 조용히 덧붙였다. "그래서 세아 언니가 열두 번 돌린 거예요. 언니 원래 세 번 넘게 안 돌려요."

소이가 세아를 봤다. 세아는 여전히 벽만 보고 있었다.

"……오늘 열두 번, 저 때문에요?"

"아니." 세아가 짧게 말했다. "너 오면 맞출 거 알았으니까 준비해둔 거야."

4

소이가 3번 자리에 섰다.

거울 속 자기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다. 3년 만에 처음으로, 구석이 아니라 가운데에서.

"들어간다."

음악이 시작됐다.

여덟 마디. 소이는 네 번째 마디에서 방향을 틀렸다. 왼쪽으로 가야 할 걸 오른쪽으로 갔고, 세아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둘

다 바닥에 넘어졌다.

"죄송합니다—"

"아직 네 마디 남았어."

세아가 일어나면서 소이의 팔을 잡아 올렸다.

"네?"

"음악 안 끊겼잖아. 남은 네 마디 해."

소이는 얼떨결에 일어나서 다섯 번째 마디를 이었다. 박자는 반쯤 나갔고 동선은 엉망이었지만 — 여덟 마디가 끝날 때, 다섯

명이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거울에 다섯이 나란히 비쳤다.

유나가 먼저 소리를 질렀다. "맞았어! 맞았어요! 언니 우리 맞았어!"

"틀린 채로 맞은 거잖아." 지원이 웃었다.

"그래도 맞았잖아요!"

하린이 웃으면서 스피커를 껐다. 갑자기 조용해진 방에, 다섯 사람의 숨소리만 남았다.

소이는 그제야 알았다. 완성이라는 건 틀리지 않는 게 아니라, 틀린 채로도 끝까지 같이 서 있는 거라는 걸.

5

새벽 한 시, 다섯 명이 연습실 계단에 나란히 앉아 편의점 봉지를 뜯었다.

"소이 언니 내일도 3번 자리예요?" 유나가 물었다.

"어…… 그건 잘 모르겠는데."

"3번 자리야." 세아가 이온음료를 건네며 말했다. "내일도, 모레도."

"제가 계속 틀릴 텐데요."

"그럼 계속 다시 하면 되지."

소이는 음료를 받아 들었다. 차가운 병이 손바닥에 닿았다. 문득 목이 메었는데, 그게 더워서인지 다른 이유인지 알 수

없었다.

"저기, 언니들."

"응?"

"저 진짜 잘하고 싶어요."

하린이 소이의 머리를 헝클었다.

"알아. 그러니까 데려왔지."

지하 2층 3번 연습실의 불이 꺼졌다.

여름은 아직 두 달이나 남아 있었다.

— EP.01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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