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커뮤니티에 짧은 영상 하나가 올라온 건 촬영이 끝난 다음 날이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김우주 옆자리 차지하려고 조용히 싸우는 민규와 원우ㅋㅋㅋ]
영상은 겨우 15초였다.
내 옆에 앉으려던 민규가 의자를 끌어오는 순간, 원우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 의자 위에 가방을 올려놓았다.
민규가 가방을 치우자 원우는 다시 올려놓았다.
그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컵라면 뚜껑만 열고 있었다.
댓글은 한 시간 만에 300개를 넘었다.
@규야밥먹자
김민규 저 큰 몸으로 의자 끌고 오는 거 봐ㅋㅋㅋㅋ 대형견 그 자체
@고양이안경
원우 표정은 평온한데 절대 자리 안 내줌
@우주탐사대
정작 김우주는 컵라면에만 관심 있음ㅋㅋ
@삼각김밥
셋이 붙어 있으니까 진짜 삼각김밥 같잖아
나는 댓글을 읽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누가 이 영상을 올린 거야?”
맞은편에 앉아 있던 민규가 손을 들었다.
“내가 찍은 건 아닌데, 잘 나오긴 했더라.”
“잘 나오긴 뭐가 잘 나와.”
“우주 너 귀엽게 나왔잖아.”
옆에서 책을 읽던 원우가 시선을 들었다.
“민규 네가 제일 시끄럽게 나왔던데.”
“형은 영상에서 말도 안 했잖아.”
“말 안 해도 다 보이니까.”
“뭐가 보여?”
“자리 욕심.”
민규가 억울하다는 듯 원우를 바라봤다.
“형이 먼저 가방 올렸잖아.”
“내 가방 둘 곳이 없었어.”
“바닥 넓었거든?”
“먼지가 많았어.”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둘 다 진짜 자리 때문에 싸운 거야?”
민규가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
원우도 동시에 말했다.
“응.”
“뭐가 맞는 건데?”
민규가 원우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형, 왜 응이라고 해?”
“싸운 건 맞으니까.”
“그걸 인정하면 어떡해.”
“거짓말은 하면 안 되지.”
댓글은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부산갈매기
아이고 민규야, 의자까지 끌고 와야 속이 시원했나ㅋㅋ 귀여워 죽겠네
@안경고양이
원우는 질투 안 하는 척하는데 누가 봐도 질투 중
@우주별
둘 다 그냥 우주 좋아한다고 말해라
@컵라면수호대
김우주는 컵라면만 지켜주세요
민규가 마지막 댓글을 읽고 웃었다.
“컵라면수호대래.”
“웃기지 마. 다 너희 때문이잖아.”
“우주야, 이것도 봐봐.”
민규가 휴대폰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삼각김밥
셋이 붙어 있으면 한 명이라도 빠지는 순간 균형 무너짐
원우가 댓글을 읽더니 작게 웃었다.
“그건 조금 귀엽네.”
“원우 오빠까지 왜 그래.”
내가 한숨을 쉬는 순간 새 댓글 하나가 달렸다.
@익명의팬
김우주가 뭐가 좋다고 둘이 저러는지 모르겠음.
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민규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뭐야.”
원우도 바로 휴대폰을 내려놨다.
“신고할게.”
“아니야. 이 정도는 괜찮아.”
“안 괜찮아.”
원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민규는 이미 댓글 입력창을 열고 있었다.
“내가 답글 달아도 돼?”
“안 돼.”
“왜?”
“너 지금 화났잖아.”
“화 안 났어.”
“표정이 이미 화났거든.”
민규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사이 원우가 먼저 댓글을 작성했다.
@WONWOO
우주는 충분히 좋은 사람입니다. 장난은 즐겁게 봐주시되,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는 표현은 삼가 주세요.
잠시 뒤 민규도 댓글을 달았다.
@MINGYU
맞아요. 그리고 우주 놀리는 건 우리만 할 수 있음.
“김민규!”
“왜? 분위기 풀어주려고 한 건데.”
댓글창은 순식간에 다시 시끄러워졌다.
@규야밥먹자
ㅋㅋㅋㅋㅋㅋ 김민규 진짜 바보야
@고양이안경
우리만 할 수 있음 = 독점권 주장
@우주탐사대
결론: 둘 다 김우주 좋아함
@삼각김밥
공식이 직접 삼각관계 인정함
나는 이마를 짚었다.
“이제 더 커졌잖아.”
민규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그래도 아까 댓글은 내려갔어.”
원우도 조용히 덧붙였다.
“사람들은 금방 다른 이야기에 집중하니까.”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둘 다 왜 이렇게까지 해?”
민규가 먼저 대답했다.
“우주야, 네가 우리 편이니까.”
원우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말했다.
“우리도 네 편이고.”
그 말이 댓글 속 수백 개의 농담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다시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봤다.
@컵라면수호대
근데 그래서 김우주는 누구 옆에 앉는 건데?
그 아래에 민규와 원우가 거의 동시에 답글을 남겼다.
@MINGYU
제 옆이요.
@WONWOO
아직 안 정했습니다.
나는 두 댓글을 한참 바라보다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
오늘만큼은 컵라면 옆에 앉는 게 가장 안전할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