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 연습실은 이미 회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직 안 갔어?"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응.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바라봤다.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그가 작게 웃었다.
"우산도 없지?"
"...응."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가방에서 검은 우산 하나를 꺼냈다.
"같이 가."
"괜찮아. 조금만 기다리면 그칠 거야."
"오늘은 안 그쳐."
결국 나는 그의 옆에 섰다.
어깨가 스칠 만큼 가까운 거리.
빗소리는 점점 커졌지만 둘 사이에는 이상할 만큼 조용한 공기만 흘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