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에게 그렇게 차인 뒤
난 방학을 정말 피폐한채로 보냈다
‘공부,,해야 하는데‘
머릿속에만 멤돌던 생각을 실천으로 하기엔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개학 첫 날이 되었다
그 날은, 내 위태로운 삶을 망치로 깬 날이었다
“여주야...! 그 잘 지냈어..?”
“응...설아 오랜만이네”
“그게...할 말이 있어서
잠시만 따라와봐”
그렇게 난 힘없이 설아를 따라갔고
그 날따라 밝던 설아의 모습도 살짝 어두웠다
”여주야...사실...
그...
나 태형이랑 사귀어“
”.....ㅁ...뭐라고..?“

”미안해 여주야...
흐끅 정말 미안해...
너가 태형이 정말 많이 좋아하는것도..
흐읍...많이 힘들어한 것도 아는데..
미안해 여주야 정말 미안해 흑..“
처음엔 부정했다
그럴리가 없다고
그럴 애가 아닌데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고 따지고 싶었다
근데 막상 울면서 나에게 사과하는 그녀에게
따질 수 없었다
울고 있는 설아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막상 슬퍼해야 할 것도 나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도 난데,,
그 자리에 더 있으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자리를 피했다

그 순간에도 나보다
태형이와 설아가 잘어울린다고 생각한 내가 비참했다
내가 악역인걸까,,
내 운명 한 번 바꿔보려고
그렇게까지 노력했는데
결국은 이루어질대로 이루어지는건가 싶었다
태형인 내가 준 편지는 읽었을까,,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나도 한 번만 행복하고 싶었는데
그게 그렇게 이루어줄 수 없던 소원이었을까
마지막까지도 널 원망하고 미워하진 않을게

태형아
다음 생엔 꼭 내가 너를 한 번만 원망할 수 있게 해줘
너와 나의 엇갈린 인연이
다음 생엔 꼭 매듭이 풀린채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삐이이_
영원히 좋아해
김태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