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부 홍일점
들어가겠다 한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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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1조회수 26
나는 겨우 얼굴을 내밀었다. 회색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동아리 명단.'
이제 슬슬 동아리 활동 하면서 생기부 채울때가 온 거다.
물론 대부분은 생기부보다도 흥미 위주의 동아리에
들어가겠지만.
"거기 명단에서 자기가 원하는 동아리 골라서
내일까지 신청서 써낸다 알겠지?"
시끌시끌한 친구들을 뒤로하고 어떤 동아리를 들어갈지
고민했다. 이왕이면 생기부에 쓸만한 데로 신청하는게
낫지 않나.
영화감상, 공예, 피구... 딱히 구미가 당기는건 없다.
'독서부 뭐 이런거 없나?'
골똘히 생각에 잠긴 내 등을 누군가 톡톡 친다.
"야 신여주! 너 어디 들어갈거야?"
헤실거리며 웃고있는 얼굴, 최범규다.
아...좀 양아치 같은 놈이라 안 엮이는게 답인데.
그건 그거고 나랑 친구도 아니면서 왜 갑자기
친한 척이냐.
"아직.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가 없네."
"그럼 우리 동아리 들어와! 마침 부원 더 찾고 있거든."
"무슨 동아리인데?"
"뭐냐면..."
왠지 내가 좋아할 동아리는 아닐것 같다.
"베이킹 동아리."
음. 역시.
"안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막말로, 나 하나 입부 안한다고
큰일이야 있겠어.
"아 제발. 한번만."
"안한다고. 그런데 관심없어."
침울한 표정으로 매달리는 그 애가 좀 안쓰럽게 보였다.
근데 왜 하필 제빵이지?
자기 평소 이미지랑 안맞게 웬 베이킹인가 싶다. 하지만...
"그, 동아리 구경만 해볼게."
내 말에 그 얼굴이 활짝 폈다. 저렇게 애걸복걸 하는데
무시하긴 마음이 좀 불편하니까.
간소하게 마련된 동아리실을 열자 장정 남자 넷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당황한 것도 잠시 최범규가
저들에게 날 소개시켜줬다.
"얘들아 동아리 새 부원 들어왔다!!"
잠깐만. 아직 들어가겠다고 한 적 없지 않.....?
"헐 진짜? 무슨 일이냐 이게?"
"이제야 한명 더 느네."
"와 다행이다. 계속 우리만 있어서 좀 그랬는데."
"암튼 잘 왔고! 너 신청서는 냈어?
내일까지였나?"
네명이서 한꺼번에 재잘댄 탓에 귀가 울렸다.
이거 큰일났는데. 이제와서 내빼면 좀 그렇겠지?
"...이따가 신청하려고."
그들이 파티라도 벌린 것처럼 환호성을 지른다.
이거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