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원한다면
작가와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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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6조회수 4
다음주 토요일 저녁 7시, 장소는 자신의 저택.
식사를 대접할테니 드시고 가라는 친절함까지
덧붙였다. 혼란스럽다. 왜 이렇게 깍듯하게
구는건가.
'내 메일이 맘에 들었나?'
아. 그런거면 나야 땡큐지. 일이 수월해질걸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오늘은 다리 좀 뻗고 편하게 자겠어.
토요일 저녁 그의 저택을 찾아간 나는
세련된 저택 내부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짜 잘사는 사람이었구나. 괜스레 기가 죽는
기분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도여주 기자님."
남자가 친근한 미소를 짓고서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아, 예. 안녕하세요."
사실 그 작가가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였다는
점이 가장 의외였다. 잡티 하나 없는 하얀 피부와
날렵한 눈매. 작가보다는 연예인이 더 어울릴 법 했다.
"커피 좋아하세요?"
"좋아하죠."
내 말을 들은 그는 곧 주전자에 물을 끓여
커피를 내왔다. 한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자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절 인터뷰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작가님 신작이 요새 인기가 많잖습니까.
그만큼 문학적 가치가 높다는 뜻이죠.
그런 작가님만의 작품세계를 알고싶어서
제안을 했습니다."
그가 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뭔가 고민하는 제스쳐를 끝낸 후 내게 물었다.
"제 소설은 읽어보셨습니까?"
당연히 읽었지. 소설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인터뷰를 하는가.
"그럼요."
"으음. 어떤 구절이 인상적이던가요."
역시. 예상 질문을 빗겨나가지 않는다.
" '신은 천사를 신경쓴 적이 없다.' 굉장히 뇌리에
박혔던 부분입니다. 후반부에 주인공이 혼자
기차를 타는 장면에 나왔었죠."
나의 깔끔한 대답에 그는 만족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독자분들 다수가 소설 도입부의 첫 문장을
베스트로 여기시던데, 기자님은 다르시군요."
그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더니 매력적인
호선을 그려낸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이 미소를 보고 큰 호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이야 별 생각이 안들지만...
"제가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했는데 우선
조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냥 해줄리가 없었나. 약간의 실망을 안고서
얘기를 꺼내길 기다렸다.
"기자님은 종교에 관심이 있으신지요?"
"종교 자체보다는 특정종교 단체에 관심이 있는
편이에요. 그들의 신념과 사고방식은 보통
사람과는 꽤 다르니까요."
"그래요..."
턱을 잠시 문지른 그가 몇초의 침묵 후
다시 입을 연다.
"혹시 제 소설을 같이 집필해주실수 있습니까."
"네?? 가, 갑자기요?"
"갑자기는 아닙니다. 기자님께 인터뷰 승낙
메일을 보내고 난 직후부터 조건을 생각해
놓은 거라서."
일순간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설마 자기 소설 집필을 도우라는 조건을 달
줄이야.
"그 조건 이행을 안한다면......?"
"제 인터뷰는 물건너 가는거죠."
그 남자는 얄미운 표정으로 허허 웃었다. 아오.
어째 일이 쉽게 풀린다했네.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왜 제 제안을
받아들이셨는지. 인터뷰라면 사절하시던
분이시잖아요."
"기자님이 2년전에 쓰신 블로그를 봤습니다.
우리나라 종교 단체들의 특징을
정리한 글이었죠."
그건 나도 잠시 잊고있던 블로그인데 언제 또
본 거람.
"종교 관련 글을 꽤 잘 쓰셨던데. 그동안 절
취재하러 온 기자분들은 종교의 '종' 자도
몰라서 소설의 깊은 얘기를 하기에 역부족
이었거든요."
그래서 나를 선택했다 이거군.
" '신이 원한다면' 이 소설은 아직 끝난게
아니에요. 그 후속작을 함께 써줄 분이
필요했는데, 기자님이 딱이다 싶었습니다."
"......"
"기자님 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도움
받을게요. 보수도 당연히 드릴거고요."
보수라는 말에 귀가 싹 트였다. 자본주의 사회
에서 돈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보수는 얼마를...?"
"섭섭하지 않을 정도?"
그는 그리 말하고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마다할 이유는 없지.
그 조건을 바로 받아들인 순간부터 잊지 못할
일대기가 시작되었다.
(인물 정보
도여주 : 26세
2년차 잡지기사
최연준 : 27세
스릴러 장르 소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