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원한다면
현장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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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7조회수 5
보수를 약속받은 그날, 그 작가로부터
저녁 식사를 대접받았다. 딱히 편하지는 않은
자리였던 터라 제대로 먹지는 못했지만
객관적으로 음식 맛은 좋았다.
그 이후로도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여러 기사를 쓰느라 바빴고 그 와중에
해야할 일이 조금 늘었을 뿐.
"여보세요 기자님?"
"예 무슨일이세요."
"아이 말투가 너무 딱딱하시다... 우리 얼굴 보고
지낸지 일주일은 지났는데. 사적인 사이
아니라도 좀 편하게 대해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업무용 관계가 이 정도면
됐지,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용건만 말씀하시죠. 또 원고 아이디어
짜내는 일입니까?"
"아뇨. 같이 점심 먹게요.
요 앞에 분식집 있는데 거기 어때요?"
그렇게 말하는 그 목소리에는 발랄함이 묻어
나왔다. 까칠한 첫 인상과는 영 딴판이란 말이지.
나는 대충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시간에 맞춰 회사 근처 분식집에 들어가자
그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여기로 와요."
맞은편 자리에 앉아 주변을 조금 둘러봤다.
어째선지 이런 사람이 노포 분식집에 있는
장면은 이질감이 느껴진다.
"작가님 분식 좋아해요?"
"네. 일주일 내내 먹은적도 있어요."
"그런거 안좋아할 느낌인데."
"?"
"아녜요. 떡볶이나 먹죠."
내가 먼저 떡 하나를 입에 넣자 그제서야
젓가락을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식사에만
전념하던 그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현장 조사하는건 잘 돼가요?"
순간 젓가락질을 멈추더니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잘... 된다곤 말 못하겠네요."
소설의 전반적인 배경이 될 종교 단체를
며칠째 조사하러 다니는 동안 퇴짜를 맞는 일이
많았다며 토로했다.
"안 힘드세요?"
"뭐, 이제 시작인데 끝까지 해봐야죠."
나는 김밥 하나를 집었다가 바로 내려놓았다.
도울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조사라면
기자인 내 특기가 아니던가.
"저도 현장 조사 같이 다닐까요?"
내 예상과 달리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단호하게
거절했다.
"절대 안됩니다."
"왜요?"
"...저 이만 가볼게요. 마저 드세요."
내 질문에 동문서답한 그는 음식 값을 계산
하고 가버렸다. 왜 저렇게 불안해하지?
위험한 곳이라 못가게 하는것 같은데,
나는 이미 신입 때 그 무섭다는 범죄 현장
취재를 네번이나 해본 경력자다.
'저 사람 혼자 두는게 더 불안해.'
이미 결론을 내렸다. 현장 조사에 동행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