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계절이 되어줄게

테스트 894234

W. 말랑이래요




"마마-! 엄므아!"

"엄마 여기있지요-"

밑에서 팔을 뻗으며 안아달라고 하는 지유를 번쩍 들어 안으며 급하게 집을 나섰다. 어제 원장님한테 통화를 드리고 오늘 유치원에 가서 등록할 예정이였다.

새로 이사온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한적하고... 이웃 주민들도 친절한 것 같았다. 뭐, 이사온지 일주일밖에 안 지났지만..

"어머니 오셨어요? 너가 지유구나? 지유야 안녕~"

"아앙녕-!!"

"지유야 안녕 말고 안녕하세요 해야지"

으응 시러. 내 품에 파고들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지유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원장님의 인상은 인자하셨다. 어머니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상담실로 향하니 원장님이 서류 작성과 여러가지 안내사항을 말씀 해주셨다. 유치원이 꽤나 크네.. 우리 지유가 적응을 잘해야될텐데.

"어머니 제가 곧 가봐야해서요 저 대신 지유 담당 선생님이 올거에요"

"아.. 네"

뭐 어차피 기본적인건 다 전해 들었으니까... 상관 없겠지. 금새 내 품에서 잠이 든 지유의 등을 토닥였다.

진짜 심각하게 귀여웠다. 통통한 볼을 콕- 찌르자 움찔하더니 조용히 칭얼거렸다. 헤헤 귀여워

드르륵-

"아, 안녕하세요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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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주?"

"..어.. 어?"

최연준이다. 미친, 최연준이였다.. 진짜 최연준이다. 당황한 나와 마찬가지로 잔뜩 놀란 표정으로 서있는 최연준은 심각한 얼굴과 다르게 귀여운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쟤.. 쟤가 담당 선생님이야?

이런 지독한 악연을 보았나.. 시발놈. 최연준과 나는 2년 전에 헤어졌다. 물론 그때의 나는 최연준에게

나 임신했다고!! 라고 말할 패기조차 없었다.


"..여기서 선생님 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그럼 너는.. 언제 결혼했었냐 애도 꽤 커보이는데"

"알 바야?"

지유는 사실 연준이를 똑 닮았다. 지유가 커갈수록 최연준을 닮아가는 바람에 마음 한 켠이 씁쓸하긴 했었지만.. 금이야 옥이야 내 새끼 이쁘다며 혼자 열심히 키웠다. 그것도 모르면서

"으응..엄므아- "

"어, 지유야 깼어?"

지유를 다시 고쳐 안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지유가 몇 번 눈을 꿈뻑거리더니 제 앞에 낯선 사람이 있다는걸 깨닫고 최연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녕하세요!!!"

"... 안..녕"

알고 있을까. 지 새끼라는거? 나만 진실을 알고있으니 괜히 한공간에 세 명이 있는게 이상했다.

내 새끼 있고..애 아빠 있고 애 엄마 있는거잖아;

이게 무슨 개막장에 막장이야


"나 갈게."

"잠시만 한여주"

"..뭐"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나와 같이 벌떡 일어나 내 어깨를 붙잡는 최연준을 일부러 안 쳐다봤다. 그 와중에 내 품에서 우브브 거리며 침을 흘리는 아이의 입 주변을 닦아주었다. 그러다 최연준의 말에 온 몸이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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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아빠는?"

"..."

"애 아빠는 누구야"

너야 시발놈아... 꽤나 진지하게 물어보는 최연준에 먹먹한 마음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집에 있어"

"..."

물론 개소리다. 애 아빠가 지금 눈 앞에 있는데 집에 있을리가 없다. 내 대답에 잠시 아무 말 없던 최연준이 가방을 챙기며 일어나는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저기, 유치원 등록은 없었던 일로 해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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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혼자 낳아서 길렀어. 그냥 헤어지자 하지 말지"

"..어?"

"나 지유 담당 선생님이야. 서류에 너 싱글맘이라고 떡하니 적혀져 있더라"

"..."

아 쪽팔려...거짓말한게 바로 들통나다니 괜히 수치스러웠다. 더이상 둘러댈 말이 없어 땅만 쳐다보니 최연준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누구 애야. 두 살이면 우리 헤어졌을 쯤이잖아"

"..알 거 없잖아"

"한여주. 솔직히 말해줘 그래야 너 도와줄 수 있어"

"뭘 도와주는데? 지금와서 말한다고 뭐가 달라져"

"내가 애 아빠면 말이 달라지지!!"

"..."

내가 움찔거리니 지유도 느꼈는지 놀라며 나를 꼭 끌어안았다. 조용히 말 해. 선생이란 새끼가 애 앞에서 소리를 쳐? 내 말에 최연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지유야 저기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을까?"

"네에!"

지유가 내 말에 얼른 품에서 벗어나려 바둥거렸다.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자 구석에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서 잘 노는걸 확인한뒤 바로 표정을 굳히며 최연준을 바라봤다.

"그 때, 너 시험에서 떨어지고 술 쳐마신 날"

"..."

"..내가 조심하라 했지 시발새끼야"

"야 너는 그걸!... 지금 얘기하면 어떡해"

"내가 멋대로 낳아서 기른거 맞으니까. 내 새끼야"

알아들어? 이제와서 애 아빠인 척 할 필요 없다고.

그 말을 끝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서 혼자 놀고있는 지유를 부를려고 할 참에 최연준이 내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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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하지마 한여주. 너네 집 주소 불러 오늘 당장 짐 싸서 들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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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