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계절이 되어줄게

테스트 110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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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커플


<명재현>


단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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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그만하자."


결국 뱉었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재현은 화를 삭이며 눈을 맞췄다.


"헤어지자고"


나는 쇄기를 박았다.


"진심이야?"


재현은 짧은 숨을 들이 마시고 되묻는다.


"그래"


마음에도 없는 내 대답을 끝으로 명재현은 더 이상 어떠한 표정도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점점 차갑게 굳어지는 눈동자만이 나를 응시했다. 이런 건 내가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다. 이쯤 했으면 내게 한걸음 다가와 내 손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미안해" 한마디와 잔뜩 울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끌어안고 있어야 할 명재현인데. 왜 차갑게 식어버린 그의 침묵만 남아있는지. 나는 예상치 못한 명재현의 반응에 당황스웠다. 그러나 당황스러움을 겉으로 티 낼 수는 없었다. 이미 나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한 후였기 때문에.


나는 재현의"...알겠어"라는 말 뒤로 멀어지는 그를 보면서까지 붙잡지 못했다. 이게 아닌데. 이런 게 아니었단 말이야. 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닿을 리가 없는 외침 너머로 너는 떠났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 이건 내 예상에서 빗나간 수준이 아닌 아예 경로를 이탈한 것이다. 명재현, 네가 돌아와야 할 곳은 나여야 했다. 그건 절대 변하지 않은 불변의 법칙이라고... 믿은 내가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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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의 연애는 오만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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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 흐윾!..으..하아앙..!"


"...미친, 술주정 부릴 거면 집이나 쳐 가;"


"ㄱ..그치만..윾!.."


여주는 테이블에 몸을 축 늘어 틀이며 흐르는 눈물 때문에 코 먹은 불규칙한 숨을 훌쩍였다. 지금은 만취 상태다. 그것도 아주 꽐라. 이것도 벌써 한 달째 술만 먹으면 명재현을 찾는 술주정이 생겼다. 그렇다. 김여주는 지금 꼴불견 그 자체...


"명재혀..언..네가 어떻게 그윾!..럴 수가 있..ㅅ.어..윾!.." 


혀는 꼬일 대로 꼬였지, 눈은 앞을 볼 수 없을 지경으로 퉁퉁 부어가지고 눈물 콧물 범벅까지... 


"하, 쟤 누가 데리고 왔냐..."


"네가 참아, 헤어진 지 얼마 안됐잖아..-"


"...자기가 차 놓고 별 지랄이다"


동민은 포기한 듯 지그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동현은 울며 드러누운 여주와 그런 여주가 이해가 안 되는 육포만 질겅질겅 씹어 먹는 동민의 사이에 끼여 안절부절못한다. 


"...내가 이럴 줄 알았겠냐고..흒!.."


"병신아, 네가 잘못하긴 했어"


"야..!"


돌직구 날리는 동민 말리는 김동현은 찔끔찔끔 여주의 눈치를 살핀다.



"...나도 알아" 나도 알아서 지금 후회 중이다.


나는 명재현과 연애 내내 자주 다퉜다. 우리는 되도 않는 작은 일에도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내게 안 좋은 버릇이 생겼다. 명재현과 크게 싸우는 날이면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하는 것. 그러면 먼저 숙이고 들어오는 명재현의 사과에 금방 해결이 됐다. 화해라기 보단 일방적으로 명재현이 내게 져준 것이지만. 명재현은 바보같이 말도 안 되는 내 고집에도 고개를 숙여주는 사람이었다. 그 결과 내게 버릇이 잘 못들었다. "헤어지자"라는 말은 점점 더 쉬워졌고 상황을 단순히 회피하고자 한 내 겁쟁이 본능을 숨겼다. 그리고 그대로 습관이 되어 그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래, 이놈의 입. 입! 입!! 이 주둥이가 문제지. 왜 마음에도 없는 이별 통보를 해가지고... 진짜 네가 떠나갈 줄 몰랐다. 내가 오만하고 바보 같았지. 이제야 깨달은 병신이고...


하....


이제와 끝난 마당에 내게 술밖에 없지...


탁.-


여주는 빈 잔에 소주를 따라 마시기를 반복했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감각을 통해 더 이상 명재현을 잊고자 했다.


...는 될 리가 없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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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명재..혀.ㅇ.."


"하, 시발... 버리고 가기 전에 닥쳐"


동민은 축 늘어진 여주의 한쪽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둘러 나머지 반대 팔은 김동현이 함께 일으켜 세웠다. 택시 예약이 도착하자마자 동민과 동현은 여주를 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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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렸을 때쯤 반쯤 취기가 풀렸다. 옆에는 한동민이 거의 들춰 업다시피 끙끙대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눈앞에 아른아른 거렸다. 아.. 김동현은 중간에 갔겠구나. 동현과 동민은 어릴 적부터 동네 친구로 벌써 15년도 더 된 우정이다. 매번 명재현과 헤어지고 나서 내게 등터지는 꼴이지만. 힘들어할 때 의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마운 녀석들이다.



"야, 이제 거의 다 왔으니까 눈떠"


"으응.."


201동이라는 글자가 보이자 집앞인 걸 인지했다.계단 위 공동출입문 앞으로 전구가 깜빡거렸다. 우두커니 검은 형체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사람인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우뚝. 멈춘 검은 형체가 점점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내게 하는 말.



*


"야, 김여주 너 왜 전화를...!!!"


"..ㅇ엉?"


내 앞으로 나타난 것은 잔뜩 인상을 쓴 명재현이었다. 네가.. 왜 여깄지..?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이게 술 기운 때문에 헛걸 보는 건지 구분이 안갔다.


"...야, 들어가라"


"..어..응"


동민은 눈치껏 자리에서 사라졌다. 나는 명재현과 단둘이 남겨진 이 상황이 얼떨떨하기만 했다. 진짜 명재현이라고?


"폰, 어디 갔어"


명재현은 되게 무거운 어투로 물었다.


"..응? ...어..여기...."


나는 숄더백을 뒤적거리며 폰을 찾아냈다. 배터리가 없는지 전원 버튼을 꾹 눌러대도 켜지지 않았다. 명재현은 그것을 확인하더니 작게 숨을 내쉬었다.


"술 먹었어? 하. 얼마나 먹었길래.."


"...너가 뭔 상관이야" 또 마음에도 없는 말.


비틀.-


"아."


괜히 턱 끝을 빳빳이 들어 올렸던 자존심이 삐거덕댔다. 술에 취해 중심도 못 잡는 우스운 꼴이었다. 여주는 술에 취해도 쪽팔림은 아는지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잡아"


재현은 여주의 손을 끌어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슥 하고 여주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비틀비틀 거리던 여주의 다리가 중심을 잡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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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현의 부축으로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비번"


"..응?"


"현관비번 누르라고"


"... 알잖아"


"안 바꿨어..?"


"..응, 그런데.."


"..."


톡톡톡톡..-


철컥.-


"허..진짜네.." 재현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곤 현관문 앞에서 여주의 허리에 둘렀던 팔을 서서히 내렸다.


"들어가"


"..."


여주는 들어가라는 말에 멀뚱히 명재현을 바라보았다. 가지 말라는 일종의 신호였다. 눈치 빠른 명재현은 바로 알아채고 하는 수 없다는 얼굴로


"알았어, 알겠다고.."


.

.

.

.





털썩.-


""옷은 알아서 갈아입고... 이제 난.."


훌러덩..-


"응?"


이미 훌러덩 허물벗듯이 옷을 들쳐낸 여주였다.


여주는 뻔뻔스럽게 홀랑 침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재현은 어처구니없이 자신의 이마만 짚었다.


"그래..., 이제 간다"

.

.

...꾸욱.


명재현이 터덜터덜 돌아서는 재현의 옷깃을 꼬깃 붙잡았다.


"야... 가지마"


"...뭐?"


내 입에서 가지 마라는 소리가 나올 줄이야. 술기운 덕분인가 본심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명재현은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뭐 하자는 건데라는 얼굴이었다.


"너, 왜 우리 집 앞에 있었던 거야..?"


주제 돌리기. 가지 말라고 더 여기 있으라고라는 식의 붙잡기는 안 먹힐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렸다. 명재현을 내게서 조금이라도 붙잡고 있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전화했잖아"


"...내가?"


무슨, 내가 그럴 리...


순간 드문드문 조각난 기억이 떠올랐다. 기억 속 나는 술에 잔뜩 취한 내가 계속 폰을 들고 있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꼴사납게 또 울었다.



*


"야아..명재..혀언...윽!..아.."


"...여보세요?"


"보고 싶어...흐윾!.."


"...뭐? "


"...가지ㅁ......"


"어디야, 지금? 술먹었어? 야 대답좀.."


뚝..-


삐..삐..삐......


.

.

.

.





"그랬는데, 걱정이 안되겠냐고"


"...아, 미안"


"하..., 됐다. 멀쩡했음 됐지.."


"... 미안해"


"뭐가"


".. 그냥 다. 거짓말한 것도, 욱해서 헤어지자고 한 것도 전부."


"..왜, 너한테는 헤어지잔 말이 제일 쉽잖아."


"... 잘못했어, 쉽게 말해서... 너 상처받을 거 알면서 내가.. 고집 피운 거야.."


"..."


내게서 자존심이건 뭐건 다 버렸다. 내가 잘못한 건 맞으니까 고집부리지 말고 사과하는 게 맞다.

...근데 뭐 이제 헤어진 마당에 이게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한 번만 더 널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붙잡고 싶었다. 끝까지 이기적이어서 미안해.



"우리 다시..만나면 안 돼..?"


다시 눈물이 터져나왔다. 참을라고 했는데 우는 모습 보이기 싫었는데. 결국 이렇게 터졌다. 


"내가..잘할게..응?"


"..."


"네가 싫어하는.. 거짓말도, 헤어지잔 말도 안 할게.. 흑!.. 나 너 없음 안되는 거 알잖아.."


"...하아"


재현은 울먹이며 붙잡는 나를 보곤 숨을 크게 내쉬며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자존심 센 김여주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것이다. 훌쩍훌쩍 눈물을 훔치는 얼굴이 짠했다. 자신이 없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어오른 눈두덩이가 조금 웃기기도 했다. 하지만 포커페이스 유지! 뺨 챡챡.


웃음기 싹 뺀 얼굴로 "정말, 약속하는 거야?"


"응"


곧바로 대답하는 걸 보니 대답을 기다렸나 보다. 이 와중에 그 모습이 귀여워 방금 전부터 유지 중인 재현의 무표정이 누그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내가 너 때문에 미치겠다. 정말."


재현은 그대로 털썩 여주의 앞으로 주저 앉았다. 


"..화 풀렸어?"


"아니, 이런다고 풀리는 거 아니..읍"


쪽.-


여주는 재현의 입술에 뽀뽀를 남겼다. 그리고 앙큼하게 명재현을 바라본다.


"...왜, 아직도?"


"...야, 진짜..ㅋ.."


재현은 여주가 괘씸하면서도 피식 미소가 지어졌다. 자존심이 조금 상하는데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한가. 재현은 털썩 여주를 향해 덮쳤다.


음, 아무래도 괘씸해. 아등바등 치는 여주에 옆구리를 쿡쿡 간지럽히며 반격에 나섰다. 간질간질


"아악!..아!!ㅋㅋ그만ㅋㅋ..!!"


여주는 간지러움에 자지러진다. 명재현은 멈추지 않고 공격에 나선다. 쪽쪽쪽.- 이번에는 뽀뽀 귀신 빙의. 


"야, 그만해ㅋㅋ"


"오빠한테 야가 뭐야. 아직 정신 못 차렸네"


"...그놈의 오빠타령." 여주는 그놈의 오빠소리에 지긋지긋한지 입술을 삐죽였다. 그럼에도 오빠 소리 포기 못하는 명재현의


"그래도 내가 너보다 2살이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빠, 오늘은 집에 가지마" 


한발 빠른 당돌한 여주였다.



"...어?"


.

.

.

.

.








결국 둘이 이렇게 붙어먹을 거 왜 싸웠나 싶지만 이 둘은 그것도 금세 잊어버릴 게 분명하다. 항상 그래왔듯이 티격태격 싸우고 다시 껌딱지처럼 붙어 다닐게 뻔한... 염병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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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고갈 입니다..🥲


추천 좀…………………………….